마녀

24일에 10화로 돌아오겠습니다.

미안...

보라는 옷장 깊은 곳에 넣어둔 보석함을 꺼냈다. 옷장 앞에 양반다리로 앉아서는 보석함에 반지를 넣었다. 보석함에 가득 쌓인 반지 하나를 들어 두 손에 감쌌다. 아무런 미동도, 빛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 보라는 보석함 오른 편에 반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다음 반지는 소리가 들렸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말이다. 그것은 왼 편에 두었다. 그렇게 오...

우당탕

“보라야!” 담임교사가 소리쳤다. 수업 중이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 수업을 하던 노쇠한 교사가 물었다. 담임교사는 뛰어온 것인지 이른 여름의 영향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보라에게 다가왔다. 보라는 무심히 그녀의 쪽으로 고갤 돌렸지만, 딱히 궁금증이 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보라야, 그, 놀라지 말고 들어.” 교사가 챙겨 준 가...

반짝

“벌써 왔냐? 45만원은?” 보라는 상자를 가방에서 꺼냈다. “아직 이요.” 보라는 돈을 꺼내 건넸다. “14만원부터 받아놔요.” “오래는 안살아 있어도 되겠네.” 할머니는 백발을 휘날리며 포스기에 돈을 넣었다. “뭐, 이유는 알아내고 온 거냐, 꼬맹이?” 보라는 빠르게 걸어 카펫에게 다가갔다. “삼분의 일 쯤 냈으니까 좀 만져도 되죠?” “마음대로 해라....

정말 좋겠네

“보라야!” 전화기 너머 라라가 소리쳤다. “오디션 붙었어?” 라라는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활짝 웃어보였다. 하얗게 질린 듯한 피부가 조금 붉어졌다. “응! 어떻게 알았아?” “네가 신나서 할 말이 그것 밖 엔 없잖아. “예선만 붙은 거긴 한데, 나 방송에 나올 거야!” 보라가 어디선가 들은 방송이었다. 티비만 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광고하고 있...

차르르

아직 채 밝아지지 않은 새벽, 그 밝힐 등도 없던 새파란 새벽에 혼자 요란히 울린 것은 보라의 휴대전화였다. 라라의 이름이 적힌 채로 말이다. “나 어제 소속사에서 할 말 있다고 일찍 오라던 거 있지.” 로 시작하는 라라의 말은 끊기지 도 않고 횡설수설 길게 늘어놓기만 했다. 보라는 갓 태어난 눈을 다 뜨지도 못하고 쏟아지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I HAVE A DREAM

“있지, 오늘은 우리 집에 올래?” 말을 꺼낸 것은 우리의 주인공, 보라였다. 라라의 집에 놀라 갔다는 말, 특히 무언가 얻어먹었단 말에 엄마가 한 답변이었다. “그럼, 오늘 학교 끝나고 데려 와. 뭐라도 먹이게.” 뭐, 대게 그러하듯 지켜질 일 없을 것이리라, 보라는 생각했다. 라라와 함께 하교하라던 말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라라는 눈에 빛을 내며 좋아...

냠

“ 안녕!” 라라는 멀리서부터 손을 크게 흔들며 걸어왔다. 보라는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도서관 바코드를 고정시키려 덕지덕지 붙이 테이프에 손이 거릴 때가 많았다. 책을 사서 본 적이 훨씬 많은 보라였다. 하지만 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서재엔 절대 들어갈 수가 없는 문학 작품,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안녕, 일찍 왔네.” 아닌 게 아니라 라라는 보라가 ...

치렁치렁한

종이 친 뒤에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아이 하나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개학 후 3일 째 되던 날이었다. 그녀는 치렁치렁한 머리를 휘두르며 보라의 옆에 앉았다. 보라는 그런 그녀를 쳐다봤다. 여전히 표정은 없었다. 화났다고 생각할까, 라고 보라는 생각했다.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겁먹은 고슴도치 같은 얼굴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 여기 자리 ...

우리가 만나게 된 것도 마찬가지

당신이 1장으로 넘어올 줄 알았어. 이제, 당신이 할 일은 누워있든 자고 있든 육식공룡을 섭취하고 있든 설령 죽어 있든, 브라키오사우르스 하나를 상상해 내는 것이다. ‘내’가 그러니까, 그 브라키오사우르스가 이야길 시작할 테니 말이다. 글을 잠시 멈춰라. 되었는가? 그럼, 이제 그것을 지워라. 이야기 시작하니까. 모든 것은 한 쌍의 소년 소녀로부터 시작했다...

안녕 안녕

자발적으로 헛소리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려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나’와 잘 맞을 것 같다, 하는 게 내 지론이다. 이 글을 다 읽는다면 더욱 더 말이다. 당신은 어차피 시간을 버려가며 헛소리를 읽으려 했으니 조금만 더 읽는다고 멀쩡한 인생이 망하진 않을 것이다. 본래 인생은 서서히 무너지는 것이다. 설령 당신의 인생이 도토리묵 마냥 죽을 쒔어도, 그건 이...